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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길 그리기

조회 수 1586 추천 수 46 2003.11.03 15:42:49
길 그리기


얕은 물감길 따라가면

이내 흐려져

끝나버린 길


더는 갈 수 없어

붓 씻어놓고 생각 속의 길로

혼자 들어섭니다.


가지 않곤 못 견디는 방랑기 껴입고

집시의 몸짓으로 서럽게 떠돌다가

낯선 길섶에 주저앉으면

눈물에 번져나는 길이 새로워


물이 삼켜도 물 밑으로 이어지고

산이 막아도 산을 안고 굽어도는


먼 길을 그립니다.

끝 모르고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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