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장
원 성
가을이 깊었어요.
마음은 하늘을 쫓아 푸르기만 해요.
내 편지를 받으셨나요.
흰 종이 위에 몽당연필 깎아 써 내려간 고운 사연
산사의 가을이라 담아 보낸 은행잎이랑
내 마음의 손짓이라 두 개 넣은 단풍잎은 어떠셨나요.
붉은 우체통 매일 같이 들여다보고
두 손 모아 기다렸어요.
오늘 아침 대추나무에서 까치가 울더니만
오늘은 좋은 소식 있을 것 같더니만
내 기다림으로 님을 향한 그리움에 덧씌워지네요.
달음질쳐 아우도 몰래 열어보았어요.
이 기쁨을 부처님도 모르실 거예요.
두근거리는 내 가슴에 살포시 품어보면
늦가을 스산함도 정녕 따뜻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반 장도 채우지 않은 답장이지만 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