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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 시인 김남조

조회 수 2795 추천 수 0 2009.04.02 16:12:51

 

  (시인: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천 부싯돌임을 보라.

 

금 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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