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 프린스2.0
1994년식.
자동변속기.
장착당시 96,000km주행

내가 VID라는 물건을 처음 접한 것은 인터넷의 자동차동호회사이트였다. 사용자들의 감탄어린 글들과 그에 못지않은 사용실패자들의 글들을
보면서 이게 도대체 뭘까 하고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홈페이지를 찾았었고 여태까지 우리 곁을 스쳐간 숱한 연료절감기능부품들의 선전과는
달리 작동에 대한 구체적인 원리와 여타의 내용들을 정리해 놓은 것을 보고는 조금은 다르겠구나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작동원리를 내 나름대
로 해석한 바로는 한마디로 작은 전자레인지였다. 고주파를 이용해서 연료를 진동시켜서 박무화를 유도하고 이게 연소실로 들어가면 큰 덩어
리진 연료보다 연소가 촉진된다는 설명이 무척이나 그럴듯하게 들렸다. 기존의 자석 등을 이용한 연료절감장치에 대해 그 효능에 의심을 가졌
던 주된 이유가 과연 얼마나 센 자기장이 작용해야 연료를 진동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을 전력을 이용해서 기계적으로 일으킨
다는 설명이 일단은 그럴듯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 대한 정밀한 제어에 대한 의문은 내 머리 속에 선뜻 모험을 감행하고싶은 의욕을 자
극하지는 않았기에 한동안 더 이 제품의 효용에 대한 다른 이들의 논쟁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연비형 VID를 12만원에 보급한다는 선전
은 잠깐 동안 나를 갈등하게 만들었고 3월2일 영등포에 가는 길에 드디어 나는 VID를 장착했다.

장착 후 한 2주일 동안은 VID를 장착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차에 변화가 없었다. 단지 전보다 출발시에 응답력이 조금 나아졌다는
것, 봉천고개같은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갈 때 녹킹이 없어졌다는 것과 약간의 엔진부조가 장착후 얼마동안 나타나다 사라졌다는 것쯤이 발견
한 차이의 전부였다. 누구의 시승기처럼 전보다 훨씬 잘 나간다거나 연료소비가 확 줄었다는 그런 일이 왜 내차에는 없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남과 달리 둔해서 그런 걸까? 에이 차가 부서지지는 않았으니까 잊어버리자고 마음먹고 나서 며칠 뒤 전부터 내차를 가끔 빌려가던 친구에게
내차를 빌려줄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틀 뒤 한 100km를 몰다가 차를 돌려주면서 친구가 내게 한 말이 VID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너 엔진 바꿨냐?"

자기가 전에 타보던 내차와 좀 틀리다는 거였다. 일단 출력이 좋아졌고 기름도 좀 덜먹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서야 내가 VID를 장착했
다는 사실을 기억하고는 자칭 타칭 자동차 전문가라고 하는 친구에게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대답은 한마디 간단했다. "계속 차를 몰고 다
니면 며칠사이에 일어나는 점진적인 변화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출력이나 연비의 경우 특정 부품을 장착했다는 심리적
인 효과가 너무 큰 나머지 장착 직후에는 변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며칠 새 엄청난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속았구나 하는 마음을 곧 갖
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끔 차를 몰면 변화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이 가능하다나… 결국 둘이서
VID를 탈착하고 몰아보는 것으로 VID의 효능을 간접적으로나마 검증한 바는 "효능이 있다"라는 결론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출발시의 답력이
었고 동일한 엔진회전수에서 차를 통해 느껴지는 출력의 변화였다. 대우에서 만든 차들이 유럽에서 들여온 변속기를 쓰는 이유로 저단기어비
가 높아서 출발이나 저속시에 힘이 안 좋은 편인데 이걸 폭발력 상승으로 조금이나마 보충해준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출발시의 반응이 좋아
진 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 한참동안 안쓰던 차계부를 다시 써가면서 밝혀낸 연비와 관련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장착전 연비: 평균 8.4km/liter (차를 산 후 3년간 약 50,000km 주행한 후 총계를 내본 것임)

장착후 연비: 평균 8.8km/liter( VID장착 후 2,000km를 주행하고 나서부터 5,000km에 걸쳐 기록한 연비)

(이 연비의 경우 비교적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 본인이 운전할때는 항상 타코미터를 보면서 엔진회전을 거의 일정대역 안에서만 조절하기 때문이다 )

VID를 장착하고 나서 벌써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장착 후 주행거리는 약 7,000km인데 이쯤 되다보니 몇몇 개선해야 할 점이 느껴진다.


첫번째는 하이텐션케이블의 문제이다. VID를 장착하려고 알아볼 때부터 사용자들이 자주 느끼는 불만중의 하나라고 보아왔고 나도 실제 이 케

이블의 문제점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느날 부터인가 갑자기 엔진부조가 조금씩 느껴지기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고 여러 사용기에서 참조한

대로 이 케이블을 눈여겨 보았다. 전선의 겉에 둘러싼 고무의 두께는 얇고 분리해서 보니 연결부위가 조금씩 부식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정도면 안에 들어있는 전선도 부식되어있을 것 같았다. 결국 각 연결부위를 메틸알콜로 깨끗이 닦아낸 다음에 다시 장착을 하고 운행하니 부

조가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체자체가 아무리 훌륭해도 연결선의 기능이 떨어지면 점화시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는 게 당

연하다. 튜닝용으로 나온 그런 케이블은 아니더라도 좀더 내구성있는 제품을 부착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열과 진동에 대한 반응의 문제이다. 엔진룸 자체가 엄청난 열과 진동이 만들어지는 곳이다보니 그 안에 부착된 전기제품(뜯어보지는

않았지만 VID 안에는 진동자나 콘덴서, IC, 트랜지스터같은 정밀부품들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

한 것으로 보인다. 장착시에 받침대까지 본체 밑에 부착했지만 주행 후 만져보면 엔진못지않게 뜨거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밀하게 전기에너

지를 제어해야 할 기계가 이렇게 열과 진동에 그대로 노출되면 제성능을 기대하기 어려울거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더운 여름같은

계절에 성능이 많이 저하되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데 이런 것들이 주범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계를 뜯어보지 않아서 안이 어떻게 생겼

는지는 모르지만 보온재와 방진재를 더 보강해야할 것같다.

많은 경우 기계의 성능은 그 기계에 포함된 가장 저질의 부품이 좌우한다고 한다. 즉 아무리 훌륭한 원리와 정교한 메커니즘을 가진 기계라도

그 안에 있는 최악의 부품 하나가 말썽을 일으키면 기계자체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아예 작동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볼 때 VID는

부족한 면을 가지고있고 이런 점을 개선해나가면서 제품의 수준을 높여간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