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 VID 엔진에너지 증폭시스템 / 제이스엔지니어링

 

 

[이현은] 빈 들에서

조회 수 1543 추천 수 53 2003.08.18 11:51:41
빈 들에서


산을 밟고도 보이지 않는
그리움의 키만큼 더욱 멀어져 간
아득한 목마름

시월 찬 바람에 벌어진
시린 틈 사이로
저 밭에 홀로 맺히던
수수빛 눈물
아직은 울지 않게 하소서
고개 숙인 채

빈 들에 남겨진 허수아비처럼
지킬 것도 없는 하루를 위해
먼 하늘가에 눈을 맞추고
하릴없이 코끝이 아리웁도록
괜스레 종일 서러운 날엔
까닭 모를 눈물, 눈물입니다.

돌아올 날없이
앞으로만 가야 하는
우리들의 길 위엔
그래서 멀어지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라고
희미해지는 눈 언저리에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살아나는
눈빛 . 눈빛들

올 때처럼 갈 때도
빈 손이어야 하듯
우리의 가슴에 담아둔 생각마저도
어디로든 불어가야만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허락하소서
누구의 가슴에든
지워지지 않을 싸리꽃 향내로
물들 수 있도록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닌 우리가
눈물을 먹고라도
살아갈 만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34 [이현은] 채마밭에서 운영자 2003-10-27 1554
233 [이현은] 동행 2 운영자 2004-02-11 1553
232 [정채봉]밀물 jsvid 2004-06-04 1552
231 [이현은] 동행 1 운영자 2004-02-03 1550
230 [이현은] 입하 入夏 jsvid 2004-07-01 1547
229 [이현은] 노숙 露宿 5 jsvid 2004-05-07 1544
228 [이현은] 너는 운영자 2003-07-21 1544
» [이현은] 빈 들에서 운영자 2003-08-18 1543
226 무지개 제이스엔지니어링 2011-12-27 1534
225 [이현은] 아름다운 남자 운영자 2003-05-30 1529
224 [이현은]동행 5 jsvid 2004-04-01 1527
223 진 주 제이스엔지니어링 2011-11-26 1518
222 [정채봉] 나무의 말 jsvid 2004-01-26 1518
221 [정채봉] 바다가 주는 말 jsvid 2004-08-07 1516
220 [정채봉] 삼경에 운영자 2003-09-15 1508
219 [이현은] 파종일기 운영자 2003-08-06 1505
218 [정채봉] 눈 오는 한낮 운영자 2003-11-28 1504
217 [이현은] 동행 3 운영자 2004-02-20 1499
216 [이현은] 눈으론 jsvid 2003-10-13 1493
215 [이현은] 무기질 및 비타민 운영자 2003-11-28 1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