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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매 (고은)

조회 수 2674 추천 수 0 2010.01.07 15:57:15

썰  매 (고은)

 

칼바람 분다 저 건너 땅이 운다

달려가자
얼어붙은 얼음놈들아


아직 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네가 물이 되면
우리는 아울러 빠져죽는다


봄이 온단다
저 건너 땅이 운다 달려가자
칼바람 불어닥쳐도
건너가면 한잔술 볼바심할 데 있다
굳은 손 욱신욱신 녹여줄 봄이 온단다
어느 연놈 우리가 빠져죽기 원하느냐
어느 연놈 늘어 붙어
우리가 다 얼어 붙기를 원하느냐


저 건너 가면 있다
기다리는 순이가 있다
일송정 노래 부르는 아내가 있다
털벙거지 동만주 독립군의 넋이 있다
네가 낳을 누렁이 새끼 있다


봄이 온단다
두 팔 벌려서 해 뜨는 자유가 있다
봄이 온단다
달려가자
주저앉으면 얼어붙는다
봄이 오면 그냥 가라앉는다
칼바람 분다 달려가자
칼바람 채찍 맞으며
죽도록 달려가자


이 강을 건너가면

봄이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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