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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나그네>에서 <무순>까지

조회 수 1641 추천 수 52 2004.01.26 11:46:20
<나그네>에서 <무순>까지
- 목월 시인의 20주기 추모제 날에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함께 <나그네>를 합송하며 당신을 부르는데

"뭐라카노"

"뭐라카노"

굵은 육성 앞세워

십구문반 신발로 우리 곁에 서신 당신


"이눔아

연필이 달아지는 것처럼

혼이 달아져야 글이 나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은

아들 박동규 님의 목에서 떨리고


시와도 바꾸지 못했던

아랫목의 아홉 마리 강아지들은

당신 어깨에 짐 되었던 날들이

가슴 아파 목이 메이는데


십구문반 큰 발은

말없이 뚜벅뚜벅

홀로 먼 길에 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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