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 VID 엔진에너지 증폭시스템 / 제이스엔지니어링

 

 

[정채봉] 신발

조회 수 1774 추천 수 52 2003.05.23 14:32:32
신발


이른 아침에
수술실로 향하는 밀차에 누워
창가에 어른거리는 햇살을 보고 있었다
곁에는 어린 딸이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양
졸졸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금방 수술을 마치고 나와
신발을 찾을 줄 알고
그 단풍잎 같은 손에 슬리퍼 한 짝을 들고 있었다
아빠는 한동안 신발을 신을 필요가 없을 거예요
빨리 갖다 두고 와요
나는 여전히 밀차에 누운 채
수술실로 가는 복도 한켠에 잠시 멈추어서서
간호사가 딸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급한 걸음으로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딸이 내 곁을 떠나가자
나는 마음속으로 고요히 되뇌어보았다
어쩌면
영원히 신발을 신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 [정채봉] 통곡 운영자 2003-07-21 1630
32 [이현은] 너는 운영자 2003-07-21 1544
31 [이현은] 강가에서 운영자 2003-07-14 1595
30 [정채봉] 세상사 운영자 2003-07-14 1623
29 [이현은] 키 대어보기 운영자 2003-07-09 1578
28 [정채봉] 술 운영자 2003-07-09 1632
27 [정채봉] 나그네 운영자 2003-06-16 1654
26 [이현은] 은혜로운 것 운영자 2003-06-16 1586
25 [정채봉] 참깨 운영자 2003-06-10 1706
24 [이현은] 닮으려 운영자 2003-06-10 1751
23 [이현은] 틈 운영자 2003-06-04 1647
22 [정채봉] 빈터 운영자 2003-06-04 1893
21 [이현은] 아름다운 남자 운영자 2003-05-30 1529
20 [정채봉] 노을 운영자 2003-05-30 1609
» [정채봉] 신발 운영자 2003-05-23 1774
18 [이현은] 싶다 운영자 2003-05-23 1614
17 [이현은] 자벌레 운영자 2003-04-30 8446
16 [이현은] 세월 운영자 2003-04-30 1643
15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운영자 2003-04-30 1705
14 [정채봉] 수건 운영자 2003-04-22 1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