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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키 대어보기

조회 수 1578 추천 수 52 2003.07.09 15:22:20
키 대어보기


벽을 타고 오르던
아이들의 키 눈금
거기에도 순서는 있다

큰애가
눈금 앞에 서길 꺼린 후부터
둘째는 제 형보다 커져 있었고

언제든가
녀석이 내 눈금을 넘어선 이후
더는 금을 그어주지 않았다

네살박이 막내를 끌어다
눈금 앞에 세우고
헝클어진 머리 위로 막대자를 대본다

까치발로 턱없이 자라버린 키
간지럼 태워 눌러버리고 껴안아 웃지만
내 눈은 눈물이 씻는다

막내마저
내 높이를 넘어 있을 땐
나는 또 얼마나 줄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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