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람
바람이 불었다.
폭염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여름을 녹여내듯 약한듯 강하고, 강한듯 약하게 불면서
지쳐가는 육신에 희망을 주고는 떠난다.
사랑이 바람 닮아 무심히 떠나는가?
여름의 농염한 몸짓도 머지않아 이별할 수 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바람!
바람의 교태에 오늘도 홀리고 말았다.
본시 마음은 간사한지라 애교가 심한 바람을 만나면 여름의 정열을 밀어내듯
박대하다간 어느새 찬기운 감도는 바람에 놀라 아쉬워 할 때는
바닷가의 환상도 아름답던 여인들의 수영복 모습도 사라져 버린 후이다.
바람은 형태도, 무게도 없이 가슴속 열기를 식혀 놓고는 나몰라라 사라진다.
창가에 매달려 찰라같은 수명에 영원을 노래하던 매미의 마지막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다.
그 창틀을 아무리 훓터보아도 우렁차게 불러주던 매미의 노래는 없다.
바람따라 이렇듯 애틋함만 남기고 떠나간다는 것을
지금도, 과거도,그리고 내일도 모를 것이다.
바람은 찬기를 더하며 여름의 유혹과 이별을 재촉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