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빛
한 밤이 깊어 갑니다.
시름도 깊어 집니다.
여름 빛에 기가 눌려 허덕이다 보니
벌써 가을 빛이 완연합니다.
아무 마음에 준비도 되어 있지 않건만 가을 빛이 이만큼 다가 서 있습니다.
갑자기 허둥대어지고, 안절 부절 못 합니다.
가을 빛이 길게 늘어진 내그림자를 이미 덮고 있습니다.
준비가 되었든, 아니든, 이미 가을 빛의 교태에 빠져버렸습니다.
삶도 내가 원튼, 원하지 않튼 무심히 다가 왔다간 무심히 달려 갈 것이라는 생각에
문득 슬퍼집니다.
가을 빛은 가슴을 휘감으며 아련한 그리움, 아쉬움을 부릅니다.
지나서야 비로서 알 것만 같은,
매번 빠져드는 가을 빛의 가슴앓이를----------.